성소수자의 동료가 될 당신에게
일터에 무지개를 |
나의 성소수자 친화 지수는? |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
내가 벽장속 성소수자라면 |
성소수자 동료와 함께 평등한 일터 문화를 만들기 위한 에티켓 |
성소수자 동료의 지지자로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OO님도 여자친구 만드셔야죠.” 이런 말들, 일터에서 들어보셨나요? 동료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쉽게 던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상대가 이성에게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남친, 여친보다는 애인, 파트너와 같이 중립적인 표현을 먼저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와 남편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 파트너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성평등한 말이 성소수자에게도 편한 말입니다.
“여자치고는 남자 같다”, “그런 행동은 여자 같다” 같은 말은 성별에 따른 편견이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동료의 외모나 입는 방식이 남성적이라고, 여성적이라고 지적하는 행동은 동료가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듭니다. 동료가 남성이어서, 혹은 여성이어서 다르게 취급해야한다거나,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소수자인 동료뿐만 아니라 모두의 자유를 제약하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말이 나온다면 성소수자를 동등하게 대하고 있는지, 배제하는 말을 하지는 않는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만일 성소수자로 오해받아서 불쾌하다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소재를 농담으로 사용하면 성소수자 동료는 자신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고 넘겨 짚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가 성소수자라는 것은 그 사람의 한 가지 특성일 뿐입니다.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누구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료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동료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동료가 데이트 상대가 있는지,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의 사생활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동료가 아니라면 너무 자세하게 묻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모든 사람이 데이트를 하고 싶어하고 결혼을 꿈꾸는 것은 아닙니다. 동성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것을 동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거나, 자신의 연애 관계에 대해서 전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도 있죠. 이러한 다양한 케이스를 고려해서 말을 꺼내도록 합시다.
또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연애/결혼 여부나 비혼 지향 여부는 동료의 정체성 중 일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파트너가 없거나 비혼인 상태라는 이유로 동료를 규정짓거나 농담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일터에서는 지켜야 하는 선이 있지만, 동료가 동성이라고 여겨진다는 이유로 선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성이라 편하니까”, “동성끼리 이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나에게는 별 상관없어도 상대에게는 매우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대의 성별과 관계없이 성적인 표현이나 노출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자세한 성적 취향과 같은 성적인 질문은 자제하도록 합시다.
성소수자인 동료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면 커밍아웃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선입견을 갖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료가 커밍아웃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 중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동료가 성소수자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성소수자에 대한 생소함에 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 동료에게 모두 쏟아내면 동료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천천히 성소수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니다. 필요하다면 이 가이드북의 참고 자료를 확인해보세요. 특정 정체성에 편견을 드러내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관련해서는 이 가이드북의 성소수자에게 갖는 오해 항목을 참고해보세요.
과도한 동정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커밍아웃한 동료는 아마도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지 동정을 받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저 동등한 위치의 동료로서 이해하고 존중하면 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나요? 그렇다면 동료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담백하게 말해보세요. 커밍아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더더욱 감사의 표현을 먼저 하고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 커밍아웃한 동료에게 힘이 될 겁니다.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은 민감한 사안입니다. 정체성을 드러냈을 때 차별적인 상황에 노출되거나 사회가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커밍아웃을 할지 말지는 개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체성이 알려지는 경우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동료가 커밍아웃했다면 직장에 어떻게 알려지고 싶은지, 혹은 알리고 싶지 않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그 의사를 존중해주세요.
또한 동료가 성소수자라는 소문을 듣더라도 뒷말로 가볍게 소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직장 동료 중 누군가가 성소수자라고 의심이 된다고 해서 동료가 성소수자인지 주변에 캐묻고 다니는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성소수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커밍아웃할 생각이 없으면 이러한 행동은 굉장한 부담이 됩니다.
커밍아웃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 계속 떠보거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심각한 사생활의 침해로 볼 수 있으며, 성소수자 동료를 차별적인 상황에 놓이게 합니다. 당사자가 스스로 커밍아웃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커밍아웃을 막는 행위도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다른 동료에게도 커밍아웃할 계획이 있다면 응원해주고, 의욕을 꺾는 말은 자제합니다. 커밍아웃에 따르는 위험은 이미 당사자가 많이 고민해보고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성소수자 동료를 마주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자 마음먹었을 때부터 완벽하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아직은 성소수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당사자에게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이 배움의 과정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성소수자 동료에게 상처가 될 만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